위성운 / 언론인

이따금씩 완도를 갈 때면 강진과 해남 방향을 놓고 어느 쪽을 택해야할지 망설이곤한다. 현재 도로 사정으로는  해남을 경유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시간이 절약된다.

기름 값을 감안하면 당연히 이쪽 길을 택해야겠지만 그것만도 아니다. 강진방향은 도로 주변 경관이 훨씬 앞선다. 성전에서 해남 쪽으로 빠지는 코스는 일반 고속도로 주변과 흡사하다.
 
반면 강진의 경우 강집읍을 벗어나면 석문산 부근 자연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새로운 관광지를 지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기름 값 몇 푼 아끼려고 값진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강진을 거쳐 완도를 가는 편이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신경 쓸 정도로 왜 완도는 자주 가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순전히 태생적 취향 때문이다. 탯줄이 묻힌 곳이 완도군 청산도 인지라 섬 환경이 일찍이 무의식 세계를 지배해 버렸을 것이다. 섬 친화적 속성이 지금도 생생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낚싯대 매고 갯바위를 오르내리고 생선이 주식처럼 식탁의 중심을 차지했던 환경에서 살았다.  생선이 좋고 섬이 좋고 특히 완도가 좋다.

완도읍에 가면 들리는 코스는 단조롭다. 수산시장에 들려 구석진 곳에 놓인 식탁 앞에 앉아 생선회를 먹는 것이다. 참새의 탐닉 감을 제공하는 방앗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어느새 알콜끼가 세상을 황홀하게 만들고 포감증이 느껴온다.

그때는 홀을 나와 청산도행 배가 정박하는 부두를 몇 번이고 바라본다. 그런 후 완도읍 동편 길로 차를 몬다. 왼편으로 펼쳐지는 해상의 멋진 장면을 즐기기 위해서다.  다시 강진을 거쳐 광주 집으로 온다.

완도읍 수산시장과 연안 부두를 볼 때마다 완도의 희망이 다가온다. 순간 감각적 실체를 드러내면서 날좀보라며 보채는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든다.  완도 수산시장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시장 앞 도로는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빈틈없이 들어차있다. 여객선은 항상 만원이고 자동차가 가득 실려 있다. 어디로 가는 배냐. 청산도로 가는 배다. 자연이 살아 있는 슬로씨티를 향해 물살을 가르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외지인이 넘쳐나는 청산도는 인구증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객지사람들이 날마다 무리지어 밀려들어 소득이 급증,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청산도가 관광객들로 가라앉는다고들 한다.  날마다 관광객 행렬이 이어지는 청산도의 두드러진 인상을 잘 묘사한 표현이다. 지난 4월 한달간 열린 '2012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 기간 동안 7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축제가 끝난 후에도 평일에 2000여명이 방문했다고한다. 지난 한 해 동안 33만명이 방문했다. 슬로씨티 지정 후  매년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청산도 인구는 33만명인 셈이다.

완도군은 관광 상품 개발에 성공한 지자체로 꼽힌다. 장보고,정도리 갯돌, 보길도 유적지에 정성을 쏟았다. 이어 청산도 슬로씨티에 집중 투자, 대박을 터뜨렸다.

전복 양식 산업을 특화 시키고 클러스터를 조성해 비중 있는 주민 소득원으로 우뚝 섰다. 완도 전복을 관광산업과 연계시켜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되지 않을 기업체 유치에만 목을 매고 있는 지자체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인구 늘리기에 열성적이다. 지자체 순방 때면 인구 증감에 대해 한마디를 남기곤 한다. 상반기 지자체 간담회 때도 그랬다.

해남 방문 자리에서는 이렇게 말했다."해남군이 따뜻한 겨울기후 등 지역의 특성을 살펴 친환경농업과 가공·유통, 관광산업, 은퇴자도시, 레저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 인구 10만명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해남의 언론인들은 인구 늘리기 정책과 관련 글을 썼다.

한 기자는 “ 해남이 6개월간의 화력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인근 섬 청산도는 말 그대로 가라앉을 만큼 관광객이 급증해 즐거운 비명을 올렸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박지사는 지난 6월4일 강진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산하 공무원들을 강진으로 이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상은 작천면에 있는 전남도 축산기술연구원과 8월문을 연 강진소방서다. 이곳 직원은 합쳐서 200명 정도다. 이 사람들이 모두 가족을 데리고 와주기만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강진군청 직원부터 그렇게 나서는게 순서다. 도지사의 얄팍한 꼼수 같은 아이디어로 인구 증가에 일조하겠다는 인사가 대통령 꿈을 꾼다면 그 역시 웃기는 일이다.

구상유치한 발상을 내던저버리고 내년 예산이 송두리째 깍인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개통이나 서두르라. 그게 인구 감소를 저지하는데 더 효과적일것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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