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귀영/강진군농민회 사무국장

어릴 적 정개의 뒷문을 열고 나가면 서까래에서 이어진 굵은 쇠 갈고리에 꽁 보리밥 바구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엄마 몰래 사다리 타고 올라가 테 나지 않게 전체적으로 얇게 벗겨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식사때 아버지 밥그릇에는 쌀이 절 반 넘게 섞여있고 나머지 밥그릇은 보리가 더 많이 섞였었다. 객지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가는 형에게 주려고 “쌀 돈 사러 간다”하시며 읍에 나가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쌀이 부족했던 시기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쌀은 ‘주식’으로서 소중히 여겨왔던 우리 민족의 표현이다. 쌀을 사러 가시면서는 ‘쌀 팔러 간다’고 하였다. 그야 말로 쌀 중심의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쌀이 남아 돌아 창고에서 썩고, 사료를 만드느니, 바다에 버리느니, 해외 원조를 하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밥쌀 수입과 재고관리의 실패, 저곡가 정책이다. 2016년 나락값이 30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쌀값은 20여년전 가격으로 곤두박질 쳤다.

밥 한공기 쌀값 160원. 2년전 연합뉴스 기사에 ‘국민 먹거리 가격 얼마나 올랐나?’를 살펴보니 더욱 가관이다. 1995년과 2015년을 비교한 결과 껌 200원 짜리가 1000원으로, 새우깡300원에서 1100원, 초코파이 1800원에서 4800원, 신라면 300원에서 780원으로 인상률이 160%~400%에 이르렀다.

매년 2~5%정도 상승하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인상되었다면 1995년 보다 약 90% 인상되어 24만 6450원이 되어 야 한다.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하다. 아니 처참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예전에는 밥 한공기 쌀값이 그래도 껌 1통 값보다 비쌌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껌 2꼭지 가격보다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합성수지에 단물 섞인 껌 두꼭지의 가치만큼도 못하다는 말일까? 수천만원 짜리 기계들이 몇차례 지나가고, 지독한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무거운 모터와 실랑이를 하고, 쩍쩍 갈라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산을 넘기고, 수백 수천미터 호스 깔고, 때로는 물싸움에 이웃 농민과 다투기도 하면서 생산한 쌀인데 이것은 너무한 것이 아닐까?

누구는 “벼농사처럼 쉬운 것이 어디있냐? 60일만 일하면 되는데”라고 하면서 쉽게 생각하지만 수확을 위해 물 걱정, 바람 걱정, 병충해 걱정, 태풍 걱정, 가격 걱정.. 오만가지 근심 걱정과 한 톨, 한 톨 소중히 여기며 부단히 근심 걱정을 피땀어린 노력으로 극복하는 농부의 손과 발이 있기에 평균 수확이상을 해내는 것이다.

다른 물가 오르듯이 200% 300% 오르면 좋겠지만 최소한 밥한공기 쌀값이 300원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주식인 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정부 관료와 도시 소비자, 농민 스스로에게도 필요하다.
‘한 그럭 쌀 값 300원에 쌀 돈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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