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추석이 다가왔다. 폭염은 추석이 오면서 저만큼 물러가는 분위기다. 한해 풍년농사를 이룬데 대한 감사와 은혜, 그리고 모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끈끈한 혈육의 정을 확인하는 넉넉하고 풍성한 추석이다. 아직까지 큰 태풍을 겪지 않은 들녘은 지금 풍년이다.

벼병충해가 다소 걱정이지만 주민들이 열심히 방제를 하고 있어 재난정도의 피해는 없을 듯 하다. 하늘은 점점 높아지고 새벽 공기는 갈수록 차지고 있다. 앞으로 몇 일 있으면 동네어귀로 차량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차가 멈춰 문이 열리면 반가운 손님들이 내린다. 멀리에서 사는 아들, 며느리, 딸, 사위와 손주 손녀들이다. 조용했던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냉기만 돌던 안방은 포근한 사람 냄새로 가득찬다.

요즘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아서 추석날만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향에서 먹는 나물은 다르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송편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농촌의 추석은 사람의 온기가 좋고 음식냄새가 좋은 명절이다. 추석에는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 같기만 해라̓라는 말이 오늘날에도 아름답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쌀쌀한 찬바람이 불어왔다. 올 여름을 견뎌낸 사람은 이 가을을 만끽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올 추석에 제사상에 올라오는 음식과 과일들이 어느때보다 감사하고 가슴 뿌듯할 사람들이다.

올 추석의 넉넉함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 갖자. 고향에 내려오거든 마을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보길 바란다. 송편도 나누어 먹고, 과일도 쪼개 먹으면서 건강은 좀 어떠시냐고 인사라도 나누면 마을의 온기가 훨씬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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