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늦은 10월인 데다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열흘이라는 유례없는 연휴가 이어지게 됐다. 농민들은 늦은 추석과 긴 연휴를 감안한 대목장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개최한 ‘2017년 추석 성수기 대비 과일산업 토론회’에서 이번 추석은 봄철 우박·가뭄과 여름철 장마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한가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풍성한 명절을 앞두고도 과일재배농가의 마음은 편치 않을 듯싶다. 여름까지 가뭄·장마와 싸우며 추석 대목장을 눈앞에 뒀지만 또다시 ‘풍년의 역설’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민들은 추석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한가득 걱정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늦은 추석으로 비교적 수월해진 출하 준비와 대목장에 기대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기대보다 가격이 부진할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농민들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초 설 명절 때 그 영향력을 확인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앞에서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선물 허용가액 범위를 넘어서지 않게 소포장화를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농협 등과 협력해 나름의 대처를 하고 있지만, 굳어버린 선물용 소비를 되살리기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청탁금지법이 추석전 일부 개정되길 희망했지만 성사되지 못할 형국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먹을 것이 푸짐한 추석처럼 1년 내내 잘 먹고 잘 입고 편히 살기를 바라는 우리 선조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2017년 추석 대목장을 준비하는 농민들에게 이 말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초조하게 속만 태우는 모양새다. 모진 계절을 이겨냈지만 여전히 풍년의 역설과 김영란법의 울타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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