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광주전남연구원장

최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공개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지 불과 열이틀만에 나온 방안이었다.

신속한 반응이라 반갑긴 하지만 당장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서 실시한다고 하니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지 않나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좀 더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시범적으로 실시해 본 다음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여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입사지원서 예시를 보면 학력, 전공 및 학점,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조건, 연령, 종교, 혼인여부 등 기재칸이 없어지며, 사진도 부착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가 그동안 인재선발과정에서 즐겨 보아왔던 정보들이 사그리 없어질 전망이다.

우리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선발하는 일이야말로 사람관리의 출발점이다. 그러기에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일이야말로 경영관리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갖는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완벽하게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래서 등장한 방법이 블라인드 면접이었으며, 이 기법은 수험생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있는 그대로 평가하자는 취지였다.

필자가 봉직했던 대학의 졸업생들이 한 때 국영방송에 십여명 합격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사연인 즉, 출신대학을 알려주지 않고 면접을 치른 덕분이라고 하였다. 이른바 부분적인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라 하겠다.

이제 새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면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학연, 지연을 떨쳐버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교육이 스펙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고등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지금, 블라인드 채용은 차별없는 공정한 채용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공감한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만 보더라도 “스펙을 보고 뽑은 지원자들이 막상 현업에서는 별 다를 바가 없었다”고 인사담당자들은 말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장감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는데도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렵사리 채용한 후에도 많은 교육훈련비를 쏟아 붓느라 안간힘을 쓰고있으니 말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채용 가이드라인을 들여다 보면 직무에 연관된 학점만 반영한다고 하니 지나치게 경직된 잣대를 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열심히 성실하게 면학해 온 학생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토종기업 제니퍼 소프트는 12년째 블라인드 채용을 해온 꿈의 직장이다. ‘한국의 구글’로 불리는 이 회사는 인턴 하나 뽑는데도 직원 4명이 두달간 매달릴 정도로 인재 찾기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블라인드 채용이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도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처럼 엄청난 채용비용이 들더라도 좋은 인재를 뽑겠다는 확고한 각오가 선결조건이라 하겠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족한 인사정보로 우수인재를 놓치고 마는 경우들이 종종 생길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을 통하여 실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블라인드 채용이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며, 부디 신중하고도 사려 깊은 노력이 선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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