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 강진 병영과 작천 일대에서 약방과 한약 도매점을 운영했던 강재 박기현 선생(朴冀鉉:1864∼1913) 집안의 각종 의서와 책자들이 전남도유형문화재로 지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전남도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강진 병영 박약국 문적’을 전남도유형문화재 제331호로 지정고시했다.

이번에 지정 고시된 박약국 문적은 무약기 2종과 제약책 4종, 약가초기 2종, 약가봉상책 1종, 각처각국거래책 1종, 각인처전곡거래일기 1종, 조선후기 목판본 동의보감 전질등 36점이다. 무약기란 전국의 시장을 찾아다니며 약재를 구입했던 기록들이고, 제약책과 약가봉상책은 약재의 처방과정이나 시기등을 기록한 책이다.

또 각처각국거래책은 박약국이 거래한 각 지역의 약국을 기록하고 그때그때 거래한 품목과 규모를 적은 책들이다. 특히 조선후기 목판본 동의보감 전질은 국보급은 되지 못하더라도 전질이 모두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희귀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도문화재위원회는 이 책들이 조선시대 말기(1892~1902) 강진지역 약국 경영문서로 향촌사회의 의약기관과 약재유통, 도소매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록유산으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박약국 문적들은 강재 선생의 장손인 박병채 선생이 관리하고 있다.

이번에 박약국의 문적들이 도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문서를 소장하고 있는 박병채 선생의 신앙에 가까운 희생정신과 이를 체계적으로 발굴 학술적 노력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결실이었다. 박병채 선생은 자칫 분실하기 쉬운 집안의 문서를 혼신을 다해 지켜온 분이다.

그 결과 문서들이 학계의 관심을 받았고, 문적의 내용이 학술적으로 조명돼 수차례 논문이 나왔다. 이런 저런 노력들이 합해져 이번에 도문화재 지정이라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사회 어느곳에서는 옛 문집들이 습기속에 망쳐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후손들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박약국 문서들 처럼 제대로 된 조명을 받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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