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일대일 구도를 형성한 호남은 내년지방 선거 최대격전장으로 꼽힌다. 10년 적폐 징후가 보이는 새 정권 중간 평가와 새정치 이미지를 먹칠한 정당생존 심판대는 호남벌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다.

호남 쟁탈전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후보 선정이 핵심과제라는데 이의가 없다. 과거처럼 하향식이나 파벌과 거액이 끼어든 정실공천은 호남전장에서만은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 또한 지배적이다. 정당별로 객관적 자료에 의한 경쟁력 검증 강화와 대대적인 신인 발굴  의지가 감지되고 있다.
 
승산 있는 입지자들을 영입하기 위한 두 당의 스카웃전도 가열될 전망이다. 후보 선정방식이 어떠하든 중추적이면서도 손쉬운 선별 방법은 여론조사다.

그래서인지 정당, 입지자 그리고 유권자모두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들은 전문 여론조사기관이 생산해낸 정당과 후보의 지지도 조사 결과를 놓고 감정의 양극 상을 드러내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않는다’는 정치인들의 평소 언행은 진실하지 않다는 확증적 사례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론조사는 잦아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감정파동은 정가는 물론 사회전반으로 확산되어갈 것이다.

며칠 전 스마트폰 카톡방에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에 관한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가 떴다. 민주당지지도가 국민의당보다 월등하게 앞섰다. 후보군 경쟁력면에서도 정당지지도에 연동된 듯 민주당소속 인사들이 약진했다.
 
전남일보가 창간 29돌을 맞아 언론사중 최초로 광범위하게 실시한 호남 여론조사결과다. 교육감 후보 적합도까지 포함시킨 이번 여론조사는 시기나 대상, 설문, 표본 면에서 차별화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반응은 뜨거웠다. 조사결과를 본 친구들이 카톡을 통해 즉각 반응했다. 스마트폰 그리고 모임으로까지 번져 분석과 예측에 관한 대화가 봇물을 이뤘다. 그 가운데 정당지지도 격차는 긍정하지만 후보 적합도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두정당과 후보군에 든 입지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일희일비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고 한다. 상당수 시민들이 화두1번으로 삼았고 내년 지방선거 예측 담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외연에 나타난 반응과 달리 양당의 내년 선거 양상은 이번에 나타난 여론 추이와 무관하게 전개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개연성의 근거는 정당간 지지도와 후보군간 적합도 격차, 전남지사와 광주시장 적합도 불일치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전남지사와 광주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군이 양쪽모두 앞서있지 않다는 것이다. 광주시장의 경우 민주당이 상위 5위를 싹쓸었다. 그다음에 겨우 국민의당 후보이름이 보였다. 전남지사의 경우는 달랐다.

느닷없이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1위에 올라섰다. 그 다음으로 주승용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1위와 근소한 차이로 2, 3위에 올랐다. 이어 우윤근,이개호, 황주홍,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이 비슷한 적합도를 보이며 뒤를 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간 호남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어느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62.3%가 더불어 민주당이라고 답했다. 국민의당은 15.5%였다. 호남만을 대상으로 한 일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70%에 육박한 반면 국민의당은 한자리 초반 수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좁혀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추이는 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호남의 경우 7월 3주 정례조사에서 민주당 63%, 국민의당 11%로 나왔다. 2주째 69% ,8% 첫째 주 63%, 6%였다. 호남에서 국민의당 상승세가 뚜렷하게 잡힌다. 두 자리수 진입은 상승잠재력이 고갈되지 않았다는 추론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변화는 민주당 유력 후보군이 여론 우위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역의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윤장현 광주시장은 12%포인트 격차로 2위로 밀려났다. 1위인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23%에 그쳤다. 개인인지도와 당지지도를 감안하면 30%이상은 나와야 한다.

전남지사 후보로 가장유력하게 거론돼 온 후보가 말석으로 뒤쳐진 결과도 상서롭지 못한 징조다. 여론조사기관의 정례조사를 대입하면 민주당 후보는 광주·전남 광역단체장 적합도에서 국민의당보다 월등한 우위를 보여야 정상이다. 양극수준이라 할 수 없는 이러한 여론추이는 민주당의 호남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호남 석권을 절체절명의 목표로 삼고 있는 민주, 국민 양당은 첫 번째 여론조사를 보고 희비가 엇갈렸을 법하다. 실제 그랬다면 실망은 오만과 독주, 희망은 패배주의가 싹틔었을 것이다. 보수 주류언론은 집권세력의 오만과 독주를 연일 성토한다.
 
촛불시민혁명을 거역하는 불통, 공약(空約), 1인주도 마이웨이 통치를 견제하고 심판하는 심리가 이번 여론에 베어있는  건아닌가. 상상의 사고 체계속에는 광주. 전남의 전략적 표심이 비수처럼 번뜩인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