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강진만에서 잡힌 거북 한 마리
이승만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하는 길조다’ 극진한 대우

경무대, 미국대사관 통해 거북크기 비교 지시
미국어류전문가 ‘평상크기라면 세계최대’ 공인
실제 크기는 130㎝정도... 그것도 큰 편

강진 도암 앞바다에서 잡힌 거북의 모습이다. 당시 각 신문에 보도됐던 사진이다.
1949년 8월초 어느날 경무대(지금의 청와대)에 전남 강진에서 평상만한 거북이가 잡혔다는 급보가 올라온다. 경무대는 술렁거렸다. 며칠전에는 창경원에 파랑새가 나타나 이승만 대통령을 한껏 고무시킨 적이 있는 터였다.
 
자유당 당직자들은 파랑새가 나타난것에 대해 ‘각하, 하늘이 각하의 취임 1주년 축하사절을 보내고 있습니다’고 아첨을 했다. 이승만대통령은 파랑새에 이어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그것도 평상만한게 잡혔다는 소식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예나 지금이나 평상은 2m가 조금 넘는다. 

동아일보 1949년 8월 29일자에는 다음과 같이 희소식을 전하고 있다. ‘강진군 도암면에 바위뗑이 같은 큰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주민들은 이를 신귀(神龜. 신령스런 거북)라고 부르며 건국 1주년을 맞이한 민국의 길조를 표증하는 것이라고 큰 화제꺼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거북은 길이가 6척(2m 정도), 넓이가 오척이고 무게는 300여근(180㎏)이나 되고, 적어도 1천년 이상은 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에 고무된 경무대가 한 술 더뜨고 나왔다. 이승만대통령은 다음날 주미대사관을 통해 ‘한국에서 잡힌 7피트(213㎝ 정도) 크기의 거북이가 세계적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알아보라’고 본국지령을 내렸다. 미국대사관에서는 난리가 났다. 미국정세보고도 아니고 거북이 크기를 알아보라니... .

대사관에 1등서기관으로 있던 한욱표씨가 AP통신 워싱턴 지국으로 뛰어갔다. ‘7피트짜리 거북이면 세계에서 몇 번째가 되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었다.

정면에서 찍은 사진.
AP통신 워싱턴지국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AP통신측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한 서기관을 미국정부관련부처에 소개해 주었고, 미국정부는 어류동물정보전문가 ‘로라디스’여사를 만나게 해 주었다. 이 소식은 워싱턴동물원원장 ‘윌리암맨’씨의 귀에 들어갔다. 윌리암맨씨가 대사관에 공식적으로 말을 전해왔다.  
“만약 거북의 길이가 7피트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세계최대 거북이다. 세계신기록이다. 아직까지 세계 제1거북은 영국런던박물관에 있는 거북으로 길이가 6.5피트일 뿐이다.”

미내무성 소속 수족관과 워싱턴동물원측은 “그 거북을 양식하려면 신선한 바닷물고기와 같은 어류를 먹여 길러야 할 것”이라는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고 챙겨주었다.
 
이같은 사실은 경무대에 즉각 보고되었고, 국내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동아일보는 1949년 9월 5일자에 ‘크기 세계서 첫째, 강진거북에 미국학자논증’이란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이렇게 해서 강진에서 잡힌 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으로 통용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무회의에서도 강진의 거북이가 자주 화제로 나왔다. 국무위원들이 이대통령에게 어떤 아부를 했을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곧바로 당시 어류분야 최고 권위자였던 정문기 한국수산기술협회장을 경무대로 불러들였다. 정문기 박사는 ‘참치’의 이름을 지은 어류학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정문기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그해 어느 여름날 아침 이박사가 경무대로 부르시기에 들어갔더니 큰 홀에 들어가자 마자 앉지도 않고 강진에서 잡힌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이야기를 하시더라. 미국해양생물학자로부터 공인까지 받았다며 표정이 어찌나 만족스러워하시던지 다소 뻐기시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동아일보 1966년 6월 18일자>

이승만대통령은 정박사에게 강진으로 가서 거북을 살펴보고 어떻게 양식을 할 것인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거북을 경무대로 가지고와서 기를 것인지, 아니면 창경궁으로 옮길 것인지를 여러차례 고민하고 있었다.

정박사가 거북을 창경궁으로 가져와 키우면 얼어죽을 것이라고 했으나 ‘자네에게 모든 것을 맡길테니 어떻게 해서든 서울로 가지고와 많은 사람들이 볼수 있게 해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정박사가 화급히 강진으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강진까지 오는 교통이 좋지 않을 때다. 거북은 죽방망이(대나무로 된 그물)에 잡혀서 갖혀 있었다.

‘포획물’을 살펴본 결과 그 거북은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붉은바다거북(학명 Caretta caretta)이었고 나이는 400살이 넘은 귀한 거북이었다. 소문대로 1천살은 일단 아니였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좋아할만 했다. 거북이 나이야 전문가가 아니면 모를 일이였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생겼다. 거북을 살핀 결과 그 크기가 평상만한 크기가 아니라 4척4치(130㎝ 정도)의 중대형 거북이였다. 이 정도의 크기도 적은 것은 아니였지만 흔히 평상의 길이로 통하는 2m 이상의 크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였다. 7피트로 보고되어 미국대사관을 통해 세계최대 거북이라는 공인까지 받아둔 이 거북은 많은 사람들을 난감하게 했을게 분명하다.  그럼 130㎝ 정도의 거북이 어떻게 평상만한 크기로 둔갑해 경무대에 보고됐을까. 그 사연도 참 재미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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