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광주전남연구원장

남도로 오는 관문, 장성군. 이은상 시인이 작사한 전남도민이 노래 첫 소절 또한 바로 장성에서 시작한다.
노령의 큰 산줄기 타고 내려와
그림 같은 산과 들에 열린 고을들

풍수지리를 아는 사람들은 장성을 ̒좌청룡 우백호̓의 지세라고 불렀고, 조선시대 암행어사 박문수는 산수가 좋기로는 ̒첫째가 장성̓이라고 했다는 말도 전해져 온다. 이처럼 터가 좋기에 장성에서는 굵직한 인물이 많이 나온 것이라고들 한다.

『한국의 발견/한반도와 한국사람』이라는 책을 펴내고 훌쩍 떠난 뿌리깊은 나무 잡지의 창간인 한창기씨는 “장안만목이 불여장성일목” 서울 사람 만 명의 눈이 장성사람 눈 하나만 못하다는 뜻의 말을 전하고 있다.

이 말은 장성지방의 빼어난 성리학자 노사 기정진이 비록 애꾸눈이긴 했으나 서울 사람 만 명이 따를 수 없을 만큼 깊은 학문을 가졌었다는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특히, 성균관의 대성전에 모셔져 있는 열여덟 현인 가운데 오직 유일한 전라도 사람인 하서 김인후 선생은 장성지방 사람들에게 큰 긍지를 갖게 해 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만불여장성”이라고 불러왔으며, 경상도 지방에서 ̒안동문장̓을 꼽듯이 전라도 지방에서는 ̒장성문장̓을 으뜸으로 쳤다고 한다. 『공무원이 경영하는 회사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은 지난 2005년에 출간되어 전국으로부터 이목을 끌었던 책이다.

기업의 경영마인드를 행정에 접목시킴으로서 장성군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했던 김흥식 군수는 군민의 역량강화 차원에서전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부하는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이름없는 시골 농촌에서 내로라하는 유명강사들을 데려 오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지만 지방과 대도시 간의 교육격차 해소를 통해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장만기 회장의 집요한 설득으로 장성아카데미는 회를 거듭할수록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여 이제는 장성의 명품 브랜드로, 지식경영의 모델로 정착되었다.
 
특히 어렵사리 장성아카데미에 출강한 연사들은 장성사람들의 열정에 감동한 나머지 장성의 매력에 빠져 가는 곳마다 장성을 자랑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필자는 바로 얼마전 1001회연사로 초청받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 다른 1000회를 시작하는 첫 연사로 소개되었지만, 1001이라는 숫자를 보며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라자드가 생각났다. 매일 밤 재미나는 이야기로 페르시아 왕을 사로잡았던 여인의 천한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성군민을 혹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무엇으로 시작하는게 좋을 지 고민스러웠다.

남도의 선비고장이자 문향인 장성이야말로 남도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주역이 되는 길이라면 어떨까. 부지런히 면학하는 장성사람들이 긍지와 자부심이야말로 우리 광주와 전남의 견인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한시간 반동안 시종일관 열심히 경청하는 청중을 보며 최근 독보적인 컬러 마케팅으로 황룡강 르네상스 성공에 혼신을 다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유두석 군수와 군민들이 염원을 읽을 수 있었다. 20년후 장성아카데미가 2000회에 이르게 되면 아마도 장성군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초우량 군으로서 자리매김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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