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후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지역을 꼽는다면 강진군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인지도는 부가가치높은 관광산업이 주도한다. 인지도 확장은 지자체장들의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열정, 그리고 진정어린 위민 정신이 융합될때 빛을 발한다. 관치시대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변화다.

남도답사 1번지로 불리는 강진군의 관광 진흥은 독특한 역사적 배경이 원동력이 되었다. 다산초당과 청자유적지가 대표적이다. 국민들이면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 사실이다. 강진의 비교우위 관광산업은 독점적 행운이 한몫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적 근거다.

다산초당은 목민의 제1덕목인 청렴의 정신적 유적지로 자리를 굳혔다. 전국의 공무원들이 앞다투어 찾아들어 청렴정신 무장을 다짐해왔다. 관광객들이나 학생들도 남도를 답사하려면 반드시 놓치지 않고 찾는 곳이 다산초당이다.

시공을 초월한 실사구시와 청렴의 가치가 뿌리 내린 명승지라는 인식이 굳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청자의 고장이라는 별명을 안겨준 청자 유산도 다산 초당 못지않은 가치를 지녔다.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청자축제와 각종 문화 행사는 정부가 인정할 만큼 국민 축제로 승화했다. 관광 욕구와 청자 구매충동을 유발시키는 소중한 관광자산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다산초당 유적지와 청자 유산만이 강진 관광산업을 끌어올린 독점적 유산은 아니다. 강진의 관광산업 부흥은 자연과 역사, 인공환경이라는 복합 요소가 어우려진 결과다. 경주는 신라문화 유적지로서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관광산업 효과를 지속적으로 끌어 올리지는 못했다.
 
역사 유산에만 매달린 탓이 크다. 이와 달리 구례는 다변 요소로 인해 관광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관광 융성 출발점은 구례 화엄사 명성이었다. 그러한 역사유산과 함께 지리산 국립공원 1호지정, 등산객 유치 노력, 산동면 온천개발, 산유수사업 특성화, 관공도로망 확충등 자연과 역사, 인위적 환경조성으로 다변화 전략을 꾀함으로써 관광융성을 구가할 수있었다.

강진군의 관광산업 발전도 구례 모델과 유사하다. 관광의 근간인 역사조건외에 관광마인드를 자극하는 해안선과 명산을 끼고있는 자연 조건도 갖추었다. 여기에 인공환경을 부가시킴으로써 오늘날처럼 관광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강진만과 가우도 개발, 마량미항 조성과 토요장터 개설, 주작산 휴양림 조성, 덕룡산 등산로 정비와 석문산 공원화 사업,마량~제주 여객선 항로 추진들이 좋은 사례다. 그러나 구례처럼 관광산업의 원동력은 역사적 사실이 살아 숨쉬는 유적과 유산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중 놓칠 수 없는 것이 병영상인들이다. 역사적가치측면에서 보면 병영상인들에 대한 관광 산업화 노력이 미흡했던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광인프라로서의 값어치를 저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외지인으로서 이 같은 견해를 갖게 된 것은 병영상인에 대한 한편의 논문을 접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강진일보 주희춘 편집국장이 펴낸 ‘병영상인 경영을 말하다’는 제목의 논문은 병상(兵商) 정신이 무엇인가를 정신 번뜩이게 일깨워 주었다.

강진일보 창간기념일에 맞춰 출간된 후 동아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신명인열전’란에 저자에 관한 스토리가 소개된 것을 보고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 보았다. 필자는 병영상인 정신으로 불굴의 도전 의지, 조직안팎의 신뢰구축, 상생주의, 근검절약, 겸손등을 꼽았다. 기업인이 갖추어야할 주옥같은 덕목들이다.

주 국장은 저서에서 병영상인정신은  “어려움에 처한 한국의 기업들에게 적절하면서도 강력한 경영기술을 제시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병영상인정신과 달리 재벌들의 중소기업 착취, 프랜차이즈 갑질, 천민자본주의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제왕적 기업 소유주의 횡포, 정경유착등이 한국비즈니스 발전을 더디게 하는 적폐들이다. 병상의 정신은 이러한 현대 기업경영의 비민주적 일탈을 바로잡는 도덕적 규범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주희춘 국장의 논문은 병영상인들의 활동과 상인정신은 강진관광 부흥을 한단계 끌어올릴 보배스런 역사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청해진과 병영성 축조를 배경으로 펼쳐진 병영상인들의 활동은 결코 다산과 청자에 뒤질 수 없는 역사 관광유산이다. 이처럼 소중한 자원이 관광 산업 활성화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물론 학술대회, 저술등 병영상인에 대한 역사발굴과 계승활동은 이어져왔다. 하지만 관광 산업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미흡했던게 아닌가 여겨진다.

강진을 빛낼 역사이며 관광부흥을 가져올 병영상인정신은 가꾸고 계승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한 책무는 향토사학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전과 구술등 필수적인 자료 발굴을 위해서는 비용과 보조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병상에 관한 역사 정립 논문은 군민들의 자긍심을 높히고 강진관광 부흥의 새지평을  여는 신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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