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자/강진군청 서무팀장

“서무팀장님! 우리 한번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에 도전해 봅시다. 국비가 10억이나 된다고 하네요”

총무과장님이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한 ‘인구감소지역 신발전방안’마련 워크숍에 다녀온 다음날인 지난 2월 24일 아침 8시에 하신 말씀이다. 시간까지 기억나는걸 보니 적잖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사실 이날 하신 말씀이 넉달이 지난 오늘, 10억원의 국비를 가져오게 될지는 그때는 정녕 몰랐다.

처음 말씀하셨을 때는‘왜 하필 서무팀에서… 면민과의 대화, 도민과의 대화, 선거업무, 군민의 날 행사 준비 등 업무도 많은데 왜 내가 해야하나’라는 푸념이 먼저 났다.

무모한 도전인지 알면서도‘군세가 열악하니까 도전해야 하나, 아니면 업무가 과중하니까 못한다고 해야하나’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처음하는 공모사업이라 힘들고 어려울 거 알지만 여러분들의 열정과 군수인 나를 최대한 활용하여 공모사업을 준비해보자”는 군수님의 말씀을 자극제로 한번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별도 인구관련 담당자가 없어 문서업무를 총괄하는 박경석 기록연구사를 실무자(타지자체에서는 문서업무만 전담)로 자료를 작성하여 군수님과 수시로 회의하고 보완했다.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하는 ‘지방소멸위기 대응 포럼’에는 군수님이 특별히 참석해 강진군 인구감소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행정자치부의 심덕섭 지방행정실장, 하병필 지역발전정책관, 심보균 기획조정실장(현 행정자치부 차관, 고시 31회 동기)을 만나 강진군이 인구감소 위험지역임을 강조하고 공모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도와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재정이 열악한 우리군의 입장에서 군수님의 행정고시 동기들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지금은 행자부 차관, 국토부 2차관, 농식품부 차관, 기재부 예산실장 등 최고의 실세로 공모사업 국비 확보가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군수님은 평소에도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특히 중앙부처 방문 때마다 고시동기들을 만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모범으로 평가받는 강진군 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외적으로 인맥이 넓으신 이런 분을 군수님으로 모셨으니 강진군민들과 공무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선정된 공모사업은 인구 절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3대 우선 과제이자 인구대책 역점사업으로 최종 선정된 전국 지자체 9곳에 대해 특별교부세 각각 10억원을 지원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첫 공모사업이자 정부의 인구 증가에 대한 기대가 집중된 사업으로 전국 지자체 70곳이 응모했고 전남만 해도 12개소가 응모하며 경쟁이 치열했다.

강진군은 고령화율 35.25%로 초고령사회에 속하며 최근 5년간 인구변화율이 -17.26% 인구감소가 심각해 이번 공모사업은 어느 지자체 보다 간절하고 절실했다. 전국에서 제일 일 잘하는 강진군이란 평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공모전부터‘기필코 선정되겠다’는 각오로 각별히 신경 써서 준비했다.

군수님의 애정어린 질타와 격려도 듬뿍 받았다. 짬이 날때마다 토의하고 의견을 말하고 계획서를 작성하고 고치기를 수 십 번했다.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진 현장 실사때는 우리가 얼마만큼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최대한 보여줘야했다. 심사위원들의 동선을 고려해 오감통 음악창작소 실내공연장에 자리를 마련하고 탁자위 장미꽃까지 놓아 세심함을 다했다.

칠량 귀농사관학교를 안내해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단지 공무원들뿐만이 아니라 강진군민 모두가 하나되어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있음을 온 마음을 다해 알렸다. 마지막 3차 심사는 서울에 올라가서 발표를 해야 했다. 군수님이 직접 발표를 준비를 했지만 타시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행자부의 지침에 따라 총무과장님이 발표를 대신했다.

우리군은 5분가량 발표할 동영상과 자료를 보여줬는데 현장에서 동영상 음원이 인식되지 않아 열심히 준비했던 동영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지만 군수님과 총무과장님의 열의에 발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이제 선정 발표의 시간만이 남았다. 원래 예정됐던 선정 발표의 시간이 자꾸만 연기돼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입술이 바짝바짝 타고 피가 마르며 애간장이 얼마나 탔는지 모른다. 그래도 살이 빠지지 않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희한하다.

28일, 드디어 강진군이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낭보가 전해졌다. 이럴 때 어깨춤이 절로 나나 보다. 그동안 고생했던 게 눈 녹듯 사라지고 웃음만 연신 나온다. 이번에도 강진군의 간절함이 이뤄졌다. 온몸을 온마음을 다한 정성이 통했다.

사실 공모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하지만 유능한 길잡이이신 강진원 군수님과 함께 걸어가 주는 강진 군민들이 있기에 힘을 내서 다시 시작해 보려한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평소 좋아하던 노래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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