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강진일보 6월1일자 1면에 실린 김현정양의 서간문은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설명처럼 “심사위원들까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주었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측은지심과 함께 동정심리가 꿈틀거린다. 글의 힘이다.

초등학교 3학년생의 글솜씨가 놀랍다.  가정의 달 사랑의 편지쓰기 공모전 최우수작인 편지글은 서사형식으로 구성 되었다.  감성과 수사에 치우치는 일반적 편지글 스타일과 대조적이다. 엄마의 재혼 배경과 현재의 생활상, 행복한 미래기원을 담담하게 담았을뿐 원망의 그림자는 엿볼수 없다. 맑은 영혼이 반짝인다.

공모전은 가정의 소중함과 함께 글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재능을 발굴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받을 만 하다. 그리운 엄마에게 보낸 편지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공모전의 가치를 입증해준 모범 사례다.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글쓰기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런 부류에게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공로는 높이 평가받아야할 것이다.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발견. 발명 그리고 이론과 원리는 모두 기존 정보와 사고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그러한 창조물은 글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정보로 전파된다. 창조물을 알리는 글은 공감폭을 확장시키는 감동적인 표현과 논리적 서술로 이루어져야한다. 김현정 양의 글이 울림폭이 넓은 것도 주제에 걸맞는 적절한 표현, 짜임새 있는 구성, 서사적 서술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우리네 현실은 독서와 글쓰기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자식이 유치원 적령기가 되면 영어를 가르치는 유치원에 넣으려고 안달이다.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추첨 소동이 벌어진다. 떨어지면 한숨짓고 통곡하는 이도 있다.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선거운동과정에서 공립 독립유치원 설립을 자제시키겠다고 발언했다가 혼줄났다. 영어와는 무관하지만 원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위한 부모들의 극성이 어느 정도인지 웅변한다. 그들의 머릿속엔 독서와 글쓰기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겐 독서와 영어는 가치가 있는 당위적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택일을 강요받는다면 독서쪽으로 기울 것이다. 영어잘해 출세한 사람보다는 독서광이어서 출세한 사례가 더 많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독서광이다. 술꾼이 엉덩이를 바닥에 대면 술을 마시듯 자리만 잡으면 책을 읽었다고 한다. 독서인생 50년 행적을 담은 ‘호모비아트로’를 펴낸 정읍출신 이석연 변호사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독서광이다.

1세대 시민운동가인 그는 법제처장을 지냈다. 미국 애플사 창업주 스티브잡스도 독서가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강조하곤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독서를 인생과업의 첫 번째 순위에 올려놓았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들이다.

자식의 미래를 영어에 배팅한 극성 엄마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한 여성 초등교사는 아들을 유치원대신 남아공으로 보내 영어를 배우게 했다. 친인척이 아닌 민간 위탁형식으로 해외연수를 보낸 것이다. 1년후 돌아왔지만 영어는 신통치 않았다. 학교성적은 항상 말석이었다.

그 아들은 광주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전문대에 다니고 있다. 그런 교육열을 독서와 글쓰기에 쏟았더라면 아들은 틀림없이 가치가 더해진 변화된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전문적인 글쓰기 강의와 명저자로 알려진 연세대 정희모 교수의 가르침이 문득 떠오른다. 그는 글을 써야하는 이유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학습과정과 창의적 능력배양이다. 6년 전 언론재단 NIE교육(신문 활용 교육)과정 교본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우선 학습과정으로서의 가치를 들었다. 글쓰기는 머릿속에 흩어져있는 사고를 모아 체계적으로 구성해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계속 만들어가는 학습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글쓰기 교육은 잘 짓는 요령만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글쓰기는 기술과 사고력, 지식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종합 과정이니까요”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주장하고 다른 이를 설득하고자 하는 걸 디자인하는, 어찌보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를 반복하는 것이어서, 자연스레 논리와 비판과 창의가 길러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지식을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능력 배양을 꼽았다. “지식정보화 사회는 지식을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기업도 글 잘 쓰는, 즉 의사 표현에 능숙하고 결과적으로 설득력이 뛰어난 인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정교수는 글쓰기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고급 글쓰기는 어휘의 문제이고 독서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글은 독자가 있는 만큼 제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오랜 시간 많이 쓰고 보여주고 얘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독서 습관화, 글쓰기의 생활화를 강조한 조언이다.

김현정양의 편지는 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청량제가 됐다. 강진일보 보도후 독지가가 줄을 잇는다 한다. 감동을 증폭시킨 고운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메아리져 갈 것이다. 가정의 달에 기획한 편지글쓰기 공모전이 낳은 값진 부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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