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강진군 상수도팀장

가뭄이 심각하다. 김영삼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장포마을을 다녀갔던 1994년 가뭄의 악몽이 떠오른다. 못밥 나눠먹던 이웃 간에 깊은 정도 말라가는 논에 물 대려는 물쌈에 튕겨 나뒹굴기 일쑤였다.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평년의 5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백 여 개가 넘는 우리 군의 저수지 평균저수율도 6일 현재 55% 정도에 그치고 있다. 모내기에 필요한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달 이상 가뭄이 장기화 될 경우 농작물피해와 비상급수는 불가피해질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의 빈도나 규모를 감안하면 국지적인 기상이변으로만 볼 수 없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는 국토의 1/4이 침수되는 대홍수가 나 2천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같은 해 러시아에선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5만5천 명이 사망했다.

2012년에는 미국에 가뭄이 발생해서 미시시피 강의 선박 운항이 중단되고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했다. 2013년에는 중국에 가뭄이 발생해서 6백만 명이 식수난을 겪었고 9천4백억 원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가뭄과 홍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엔은 2020년이 되기 전에 지구 평균 기온이 3C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기온의 상승이 지구 환경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런 전망에 따라 2009년 다보스 포럼에 모인 세계의 리더들은 “이제 오일 파동(Oil shock)이 아니라 물 파동(War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수자원 관리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했다. 빗물과 지하수를 어떻게 저장하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강수량의 50~60%가 장마철에 내리는 나라에서는 우기에 저장해서 갈수기에 용수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강진군이 병영 홈골댐을 국가계획인 「댐건설 장기계획」에 반영하려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제방을 현재보다 4배 키워서 저수량의 6배 이상을 저류하게 되면 홍수조절 능력은 물론, 충분한 농업용수와 양질의 생활용수를 확보 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골이 깊고 상류에 민가가 적은 홈골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남는 물은 한골목을 따라 흐르는 병영천의 수질을 개선해 소재지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금강천으로 흘러들어 말라가는 하천 생태계를 복원시킬 생명 유지수로 작용할 것이다.

댐 재개발이 마무리 되면 관련법에 따라 댐 상류와 하류에 휴양과 체험관광이 가능한 친수공간 조성사업이 가능해진다. 상류엔 호젓한 산막이 옛길 같은 둘레길과 하류엔 하천을 이용한 관광명소 구상이 구체화 될 수 있다. 어쩌면 꽃의 나라에서 스페르버르호를 타고 온 하멜의 공간과 소재지를 양분하는 성곽 주변까지 수로로 연결된 동선을 그려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1994년 이후 가뭄을 해결한 것은 헬기를 타고 온 대통령이 직접 양수기를 가동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때 주민들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인군 삼흥 저수지가 확장됐다.

이 확장 사업으로 삼흥 뿐만 아니라 인근 영계, 영동까지 그 일대가 지금까지 혜택을 보고 있다. 댐 재개발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일이다. 수몰로 인한 불편한 갈등을 동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자원 관리는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현재의 조바심과 이기심이 공존의 지혜를 통째로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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