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에 상관없이 수량 풍족, 시목 남향마을까지 사용

화산저수지 대신 신기마을도 농업용수로 끌어가기 시작

최근 심각한 가뭄으로 지역 곳곳에서 모내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군동 안지마을 앞에 위치한 용소의 물이 농업용수가 부족한 신기마을까지 활용되면서 가뭄에 더욱 빛나고 있다. 사진은 안지마을의 한 주민이 용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농철 가뭄이 심각하다. 강진에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149㎜ 가량의 비가 내려 예년의 20~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송현제와 화산제 등 규모가 작은 저수지들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뭄으로 인해 물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물이 풍족한 군동 안지마을 앞의 ‘용소(龍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강진읍에서 장흥방면으로 구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안지마을 부근에 저수지처럼 보이는 연못이 하나 보인다. 바로 이 곳이 용소라고 불리는 곳이다. 마을주민들은 용물소라고도 불렀던 곳이다. 이름의 유래부터 상당히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소 인근의 산에 ‘ㄴ’자 모양의 용굴이 있었고 산에 살던 용이 굴을 타고 하늘로 승천을 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떨어져 죽었고 그 자리에 연못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후 항상 용소는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다는 것이다. 탐진강 물도 육교인근에 설치된 보를 따라 용소로 유입되고 있어 수량이 풍족한 편이다.

오래 전부터 용소의 물은 군동면 약 20여개 마을의 젖줄이자 생명줄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평상시에도 면소재지를 지나 군동 남향마을, 시목마을에서도 용소의 물을 활용해 농사를 지었을 정도로 군동면내 상당히 많은 마을이 용소의 물로 농사를 지어왔다. 수 많은 마을이 물을 사용해도 물이 부족한 경우는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용소의 물은 커다란 농수로를 따라 군동면소재지 인근까지 흐르고 면소재지 인근에서는 작은 농수로관을 따라 남향마을을 비롯한 주변 마을로 연결되고 있다. 용소에서 면소재지까지는 특별히 양수기로 물을 품어 올리지 않아도 지대차이로 저절로 흐르고 있다. 수량도 넉넉한 편이기 때문에 수로 인근의 마을은 별도로 양수작없이도 논으로 물을 유입시킬 수 있었다. 수로에서 다소 떨어진 마을들은 양수기를 활용해 물을 끌어올려 사용한다.

올해 초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물부족으로 모내기에 차질을 빗고 있다. 안지마을보다 지대가 다소 높은 군동 신기마을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기마을은 용소의 물을 끌어올리기 어려워 그동안 화방마을 인근의 화산제의 물을 활용해 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가뭄으로 인해 화산제의 물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신기마을도 용소의 물을 활용하고 있다.

강진원 군수가 마을주민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용수 인근에 간이 양수장을 설치해 땅속에 매설된 파이프를 통해 신기마을 앞뜰까지 물을 끌어올린 후 농수로를 통해 물을 다시 아래로 흘려보내고 있다. 물이 부족한 신기마을도 이 물을 활용한 덕분에 가뭄을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용소로 탐진강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된 탓인지 오래전부터 심각한 가뭄이 들어도 이 곳의 물은 마르지 않아 안지마을 인근 주민들은 그다지 물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지마을 진입도로를 경계로 도로 건너편의 농경지로는 당시에는 수로가 없었던 탓에 물을 활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용소의 물이 마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가을철이후에는 용소에서 민물고기를 잡는 경우가 많다. 하루는 고기를 잡기 위해 물을 빼기 위해 개인 양수기 수십대를 설치해 물을 뺐지만 결국 물의 수위가 줄지 않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용소의 물은 풍족했다는 것이다.

강진읍~장흥방면의 구도로인 2차선 도로가 생겨나기 전에는 안지마을 진입도로 인근에 탐진강물이 유입되는 관이 설치돼 있었는데 2차선 도로가 생기면서 물이 잘 흐르지 않아 현재 육교 근처로 이동했다. 그 이후에는 물이 잘 흘러들어와 물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곳 용소는 물이 필요한 여름철까지는 물을 빼지 않고 모아두고 물이 필요하지 않는 가을로 넘어가면 용소의 물을 빼 수위를 낮춘다. 지대차이가 있어서 평소에도 면소재지까지 물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가을철 수확을 앞두고 오히려 물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풍족한 수량을 자랑하는 용소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흐르면서 군동면민들의 젖줄역할을 해오고 있다.

안지마을의 한 주민은 “용소의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 주민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이다”며 “용소 덕분에 물이 부족한 현 시점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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