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환/농촌진흥청 식량작물과학원 농업연구관

2017년은 나에게 매우 뜻 깊은 해이다. 그 동안 몸 담았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환갑을 맞는 해.

나에겐 농학을 인연으로 40년간 지내온 절친 8명이 있다. 4월 중순 모임에서 올해 환갑을 맞았으니 기념 여행을 가자는데 모두 의견 일치를 보았다. 벼 기술보급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 찾아다니는 것을 잘 아는 친구들이 어디 여행하기 좋은 곳을 추천하라고 말했다. 서슴없이 나는 그 전부터 다시 가고 싶었던 곳 ‘강진’을 추천하게 됐다.

때마침 2017년은 남도답사 1번지‘강진 방문의 해’아닌가? 업무상 잘 알게 된 강진군농업기술센터 김순옥 팀장이 볼거리, 먹거리, 숙소 등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여행기간은 5월 12일 부터 2박 3일. 그 중 1박 2일을 강진에 머무르는 짧은 일정으로 되어 있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 위주로 계획을 세웠다.

우리 일행은 첫날 해남 윤선도 박물관을 거쳐 오면서 5월 13일에 강진 방문을 시작했다. 맨 처음 찾은 곳은 다산초당. 세계적인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간 머무르면서 500여권의 저서를 집필하고 실학을 집대성하며 18제자를 길러내던 곳 아닌가? 다산 어머니는 해남 윤씨로 시·서·그림 3절로 유명한 윤두서의 손녀다. 또한 효종 때 남인의 거두 고산 윤선도의 5대손이다.

다산초당은 본래 윤씨 가문이 살던 귤동마을에 자리한 귤림처사 윤단의 산정이었다고 한다. 귤동마을은 해남 윤씨로 한 마을을 이루고 있었으며, 다산 외가댁인 윤씨 집안에서 다산을 모시게 된 것이다. 동암 언덕에 올라 흑산도를 바라보며 정약전 형을 그리워하는 다산의 심정을 느껴보기도 하였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까지는 1.1km 이다. 백련사는 만덕산에 위치하며 천연기념물 동백림에 어우러져 있다. 백련사의 절친한 벗 혜장선사를 만나 담소를 나누기 위해 다녔던 오솔길을 걸으며 다산의 체취를 느껴 보았다. 백련사 가는 길에 해월루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다산은 초의선사에게 차에 대한 재배지식을 알려 주고 차를 너무도 사랑하였다고 한다.

강진의 숙소는 다산초당 근처 다산명가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곳은 윤동환 전 강진군수가 운영하는 황토방이 있다. 우리 모두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하루동안 머물면서 힐링하였다. 저녁식사 하기전에 우리는 윤동환 대표가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준 가우도 출렁다리를 둘러보았다. 시간 관계상 주탑까지만 가기로 했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2011년에 저두리와 가우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완공되었고, 2012년도에 도암면 신기루와 연결하는 또 하나의 다리가 완공되었다고 한다. 출렁다리 이름만 들으면 아찔한 계곡에 줄로 연결된 흔들다리가 연상 되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아마도 바람이 불면 출렁이는 바다 물결 위에 놓인 다리가 아닌가 싶다.

LED 등이 가우도 출렁다리에 켜지기 전에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오감통 주변 한정식집을 찾았다. 때마침 오감통 야외공연장에서는 우리를 환영해 주는 음악공연이 한창이었다. 오감통이란 시·청·후·미·촉각으로 느끼는 장터문화 한마당이라 할 수 있다. 전통재래시장을 웰빙이 살아 숨 쉬는 오감통 시장으로 바꿔 놓은 엄청난 스케일의 군민들을 위한 멋진 시장이었다.
 
이 곳 강진시장 옆에 문화공간을 활용하게 만든 문화관광용 복합시장이 마련되어 주말이면 음악공연을 하여 강진주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또한 미래 음악가를 위한 음악창작소 스튜디오가 있어 재능 있는 음악가 발굴의 산실 역할도 하고 있었다.

군민들을 위한 너무나 멋진 문화융성 아이디어 상품 아닌가? 이렇게 멋진 장소를 위해 그 동안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강진군수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리 한정식을 예약했건만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한 참 기다린 후에야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큰상 2개를 주문하여 맛있는 한정식 코스요리로 입을 호강시켰다. 이튿날 아침은 다산명가에서 황칠곰탕으로 해장 겸 몸보신을 하였다.

우리가 머문 곳이 귤동마을 일대 중에서 가장 기가 센 곳이라고 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이 개운하고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시간 제약상 청자박물관, 영랑생가, 사의재 등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남겨 두었다.

역사문화 탐방을 하고 볼거리, 먹거리, 쉼터가 많은 강진은 남도 답사 일번지로 손색이 없었다. 다시 찾고 싶은 ‘강진’은 어느새 포근한 제2의 고향처럼 느껴졌다. 올해 휴가철에는 강진에 다시 와서 보고 싶었던 청자박물관, 영랑생가 등을 두루 두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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